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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한 지음/심설당 펴냄

 누구나 음악을 좋아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음악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음악이 만국공통어라고는 하지만 음악도 언어 같이 나름대로의 어법과 형식이 있어 그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페라는 이런 장벽을 가장 높이 갖고 있는 음악장르 중 하나다.
 어색한 말투, 과장된 몸짓, 거기에 긴 연주시간. 이런 것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오페라 앞에서 인내심을 잃게 만든다. 물론 가장 아름다워야 할 주인공의 모습이 엄청나게 비대하다든지, 병석에서 죽어가던 가수가 갑자기 일어나 숨도 안쉬고 아리아 한 곡을 우렁차게 부르는 등의 비현실적인 설정도 거기에 일조를 한다. 하지만 오페라는 한 작품 속에 극과 음악, 독창과 합창, 관현악, 때로는 춤까지 모든 요소가 종합돼 있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이다. 작곡가와 연주자, 연출자의 능력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장이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오페라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는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 오페라의 인기는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많은 책들이 오페라 입문서의 형식으로 출간되는 것도 이런 성향을 보여주는 일례다.
 전공 서적을 제외한 대부분의 오페라에 관한 책은 ‘오페라의 장벽 없애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사랑이야기로 풀이한 책으로부터 사회사적 관점에 초점을 맞춘 책까지 참으로 다양한 방식의 서술이 발견되는데 공통점은 오페라는 결코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는 요지다. 사실 오페라라고 하는 장르는 유럽 부유층의 흥겨운 유흥을 위해 연주되던 그리 심오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은 극음악이다. 단지 그 문화와 내용 혹은 방식이 낯설게 보여 전체적으로 매우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따라서 쉽고 부담 없이 오페라에 관련된 서적을 읽다보면 오페라만이 가지고 있는 코드를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최근 출간된 ‘마법의 성 오페라 이야기’도 오페라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주는 입문서 형식으로 나온 책이다. 전체가 4부로 나뉘어져 극으로서의 오페라, 오페라 속의 남성과 여성, 음악으로서의 오페라, 오페라의 역사와 종류라는 각각의 제목아래 시대구분 없이 다양한 오페라가 소개된다는 점이 이채롭다. 영화처럼 오페라의 관람등급을 어린이로부터 성인용까지 구분하거나 오페라 ‘나비부인’의 아리아를 가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 비교하는 식으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책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전문성을 띠게 되는데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아마추어나 전문가 모두 도움이 될 듯 싶다.
 다양화되는 사회속에서 음악도 점차 다양화돼 가고 있다. 음악 자체만으로 볼 때 열등하거나 우월한 장르는 따로 없고, 단지 익숙한 음악어법에 더욱 감성이 민감하게 반응할 뿐이다. 그러므로 여러 종류의 음악을 알고 즐긴다면 그만큼 삶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혹시 오페라는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이 여름엔 오페라에 관한 책 한 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  

○ 신문게재일자 : 2002/07/27
○ 입력시간 : 2002/07/26 09: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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