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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 지음 / 황금가지 펴냄
 
 사회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세대간의 격차도 심해지고 있다. 몇 분 차이로 세상에 나온 쌍둥이 사이에도 세대차가 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세대간의 언어·문화·옷차림 등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세대간의 격차를 가장 현격하게 반영하는 분야가 대중음악일 것이다.
 붉다는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새빨간 머리채를 흔드는 서태지 앞에 열광하는 아이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모와 어른들이 18번으로 부르는 축축 늘어지는 가락을 지겹고 우스워하는 청소년들은 같은 집에서 살면서도 결코 각자의 음악세계를 양보하지 않는다. 빠르고 복잡한 세대를 반영하듯 새로운 음악과 가수들은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사람들은 여전히 그 때의 그 노래가 좋았다고 기억한다.
 제목부터 관심을 끄는 ‘흥남 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는 지난 100년간의 우리 대중 음악을 되짚어본 책이다.
 대중음악이 순수 예술음악에 비해 덜 예술적이라든지 혹은 하위의 문화를 점유하고 있다는 생각은 대중음악의 확산과 함께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유행 따라 흘러가는 노래라 하여 유행가라고 부르며 천시해왔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유행이 지나갔어도 젊은 시절에 마음을 울리던 그 노래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서양의 음악사나 재즈의 역사에 대한 연구는 활발했어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온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연구는 활성화되지 못하던 터에 나온 이 책의 의미는 크다.
 스스로를 ‘텔레비전 키드’이자 ‘가요마니아’라고 지칭하는 저자는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이자 대중문화평론가다. 이 책에서는 수필에 가까운 필체로 윤심덕의 ‘사의 찬미’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을 빠른 속도로 짚어본다. 근 100년에 이르는 대중 음악을 논하면서 많은 장르와 상황들이 소개되는 가운데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생각은 대중음악은 그 시대의 사회 심리와 나아가서 그 시대의 취향과 맞닿아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취객들이 술김에 불러대는 트로트인 ‘뽕짝’ 노래들이 당시의 상황에서는 눈물 없이는 부를 수 없는 절절한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대중가요 중에서도 트로트는 묘한 홀대를 받고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이러한 천시는 결코 트로트의 음악이 질적으로 낮거나 왜색이 짙어서라기보다는 그 음악장르를 즐겨 부르고 듣는 계층에 대한 경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일제시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트로트가 시작됐을 시기에 트로트는 지식인들의 음악인 반면 하층민이라 불리는 자들은 신민요를 즐겼다. 그러던 것이 시대가 지나면서 새로운 음악들이 도입됨에 따라 체념과 한을 정서로 하는 트로트는 자연스럽게 상대적인 소외계층의 음악으로 대표되고 그런 가운데 그 음악자체를 천박하게 취급하는 풍조가 생겨난 것으로 저자는 설명하면서 좀 더 객관화된 취향을 갖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한다.
 일제 시대의 트로트로부터 팝·통기타·록·민중음악 그리고 현대의 여러 갈래에 이르기까지의 대중문화를 유쾌하게 엮어내는 중에 저자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문제점을 문화의 이식적 성격이라고 진단한다. 과거 일제시대에 일본의 선법을 차용한 트로트가 도입됐으나 서구적인 음악이 새로이 도입되면서 과거의 음악은 우리나라에 토착화되기 전에 진부하고 촌스러운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그 후로도 계속돼,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대중에게 다른 나라의 문화를 좀 더 신속하게 전달해 주는 것이 성공하는 지름길같이 돼버린 것이다. 이 같은 토양에서는 진정한 대중음악이 뿌리를 내릴 수 없다. 좀 더 창의적이고 참신함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선택은 남의 것을 수용하는 입장을 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우리나라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문제점인데, 대중의 가려운 곳을 가장 민감하게 긁어주는 대중음악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첨예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외국의 노래를 표절하는 가수의 뒤에는 그 문화를 표절하고 싶어하는 대중의 심리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중음악의 타당한 방향은 그에 상응하는 사회의식과 요구가 선행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마음속의 추억과 함께 그 시절의 노래를 간직한다. 봄볕이 따뜻한 날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 노래에 얽혀있는 시대의 상황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저자의 소리를 읽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듯하다.

<이정민 추계예대 강사·음악평론가 jungminkang@hotmail.com >

○ 신문게재일자 : 2002/03/30
○ 입력시간 : 2002/03/28 14: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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