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 데이터스모그 2002/03/02
2003.02.05 14:45
데이비드 솅크 지음 / 민음사 펴냄
정보화는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됐다.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노력을 쏟고 있으며 이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인에서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국정 과제가 될 정도로 현대는 정보라는 것이 힘이며 성공 열쇠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데이터 스모그’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솅크는 오늘날의 문제는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정보의 과잉에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단언한다. 날마다 쏟아지는 스팸메일, 산더미 같은 뉴스, 전화, FAX, 늘어가는 텔레비전 채널, 인터넷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류는 자유와 행복을 즐기기는커녕 정보의 구속물이 됐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는 데 비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고갈돼 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실제로 처음 새로운 매체가 선보일 때 세상은 그것에 관심과 기대를 걸어왔다. 텔레비전,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그랬다. 이 새로운 매체가 인류를 하나로 묶어주고 더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게 해 주리라는 소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매체는 약간의 좋은 기여와 함께 더 많은 부작용을 갖고 인류를 위협해왔다. 상업성과 맞물려 이들은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사회를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에서 빗나가게 사용되고 있는 이 매체들은 교묘하게 사람을 자극하고 교란시켜 방향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현대인은 시대에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업그레이드 강박증을 갖는다. 즉 현재 소유하고 있는 기기가 별다른 불만을 야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그것으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솅크의 조사에 따르면 90년에 5년마다 업그레이드되던 것이 95년에는 2년마다로 그 속도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배후에는 상관되는 각 기업간 이윤창출의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 한 예로 MS의 경우 벌어들이는 이윤의 대부분이 업그레이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이 갖는 것은 끊임없는 ‘정보 갈망’과 업그레이드했을 당시 잠시동안 느끼게 되는 안심일 뿐이다.
이 책에서 ‘데이터 스모그’는 정보과잉으로 인해 먹구름이 끼듯이 우리를 혼란하게 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해법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정보 다이어트다. 내용은 전자우편(e메일)을 제한하고 휴대폰을 놓고 다니며 텔레비전을 끄는 등 데이터 스모그로부터 개인을 소극적으로 보호하는 방법과 정부에 데이터 스모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포함한다.
현대의 정보홍수 사태는 솅크가 지적하듯이 우리가 감당하기에 벅찬 수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세계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이고 그것의 속도가 각 사회의 우위를 점령하는 잣대로 사용되는 현 시점에서 데이터스모그를 피해 은둔하는 것은 어찌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움과 함께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어쩌면 기기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우리 자신이 업그레이드를 한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정보나 매체 심지어 오늘날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어도 그것이 개인과 사회의 목표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체로는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는 영원한 보조장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계획, 판단과 방향설정 그리고 실행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고전적인 인간의 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 현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리라는 분홍빛 꿈을 가진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연세대 강문기 교수 mkang@yonsei.ac.kr>
○ 신문게재일자 : 2002/03/02
○ 입력시간 : 2002/02/28 13:52:58
정보화는 이제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됐다.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노력을 쏟고 있으며 이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노인에서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국정 과제가 될 정도로 현대는 정보라는 것이 힘이며 성공 열쇠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데이터 스모그’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데이비드 솅크는 오늘날의 문제는 정보의 부재가 아니라 정보의 과잉에서 오는 부작용이라고 단언한다. 날마다 쏟아지는 스팸메일, 산더미 같은 뉴스, 전화, FAX, 늘어가는 텔레비전 채널, 인터넷 등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류는 자유와 행복을 즐기기는커녕 정보의 구속물이 됐다. 인간의 정보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는 데 비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람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고갈돼 간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실제로 처음 새로운 매체가 선보일 때 세상은 그것에 관심과 기대를 걸어왔다. 텔레비전,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이 그랬다. 이 새로운 매체가 인류를 하나로 묶어주고 더 많은 지식과 교양을 쌓게 해 주리라는 소망을 가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매체는 약간의 좋은 기여와 함께 더 많은 부작용을 갖고 인류를 위협해왔다. 상업성과 맞물려 이들은 지나친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사회를 황폐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지 오래다. 애초에 만들어진 목적에서 빗나가게 사용되고 있는 이 매체들은 교묘하게 사람을 자극하고 교란시켜 방향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현대인은 시대에 뒤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업그레이드 강박증을 갖는다. 즉 현재 소유하고 있는 기기가 별다른 불만을 야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그것으로 업그레이드해야만 할 것 같은 조바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솅크의 조사에 따르면 90년에 5년마다 업그레이드되던 것이 95년에는 2년마다로 그 속도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배후에는 상관되는 각 기업간 이윤창출의 목적이 도사리고 있다. 한 예로 MS의 경우 벌어들이는 이윤의 대부분이 업그레이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사람들이 갖는 것은 끊임없는 ‘정보 갈망’과 업그레이드했을 당시 잠시동안 느끼게 되는 안심일 뿐이다.
이 책에서 ‘데이터 스모그’는 정보과잉으로 인해 먹구름이 끼듯이 우리를 혼란하게 하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해법으로 제시하는 방법은 정보 다이어트다. 내용은 전자우편(e메일)을 제한하고 휴대폰을 놓고 다니며 텔레비전을 끄는 등 데이터 스모그로부터 개인을 소극적으로 보호하는 방법과 정부에 데이터 스모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포함한다.
현대의 정보홍수 사태는 솅크가 지적하듯이 우리가 감당하기에 벅찬 수위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것은 전세계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일이고 그것의 속도가 각 사회의 우위를 점령하는 잣대로 사용되는 현 시점에서 데이터스모그를 피해 은둔하는 것은 어찌보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혼란스러움과 함께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어쩌면 기기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우리 자신이 업그레이드를 한 것 같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정보나 매체 심지어 오늘날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외국어도 그것이 개인과 사회의 목표나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체로는 아무것도 이룩할 수 없는 영원한 보조장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의 계획, 판단과 방향설정 그리고 실행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고전적인 인간의 능력을 고양시키는 것이 현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가 사회를 변화시키리라는 분홍빛 꿈을 가진 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연세대 강문기 교수 mkang@yonsei.ac.kr>
○ 신문게재일자 : 2002/03/02
○ 입력시간 : 2002/02/28 13:5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