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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서 밀러 저 / 사이언스북스 펴냄
  
 인간은 완전하지 못한 존재다. 인류는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그것은 과학과 문명이 발달해온 원동력이 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학문과 이론은 나름대로의 장점과 함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끊임없이 연구의 대상이 됐으며 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과학은 역사를 통해 점진적으로 발달했으나 이 발달의 역사는 다수의 대중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의 혁신적인 발견에 의해 주도됐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소수의 위대한 인물들을 천재라고 부른다.
 ‘천재성의 비밀(Insights of Genius)’은 인류 사고의 방향을 바꾸어놓은 인물들에 대해 검토한다. 물리학 박사이자 교수인 저자 아서 밀러는 물리학의 발달과정에서 있어 왔던 다양한 새로운 발견들에 대해 설명하고 그 발견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요인을 모색한다.
그동안 우리는 아인슈타인, 뉴턴, 갈릴레오 같은 물리학자들의 위대한 발견에 대해 경탄하면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며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식의 그들의 외부적 사항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관점을 과학자들의 내부로 돌려 그들이 갖는 일련의 공통적인 사고체계를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물리학의 역사책으로도 분류될 수 있을 정도로 이 책은 근대 이후 물리학의 발달에 대해 꼼꼼히 짚고 있다. 당시 익숙하게 여겨왔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을 대신해 뉴턴-갈릴레오의 물리학이 상식으로 자리잡기까지의 과정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현대 물리학에 이르기까지를 살펴본다.
 또한 수학, 철학, 미학 등 주변 학문과의 관계를 통해 학문간 연계를 밝혀본다. 마지막 장에서는 현대 미술과 현대 물리학의 비교를 통해 두 분야간 유사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보여질 만큼 다수의 이론과 과정이 설명돼 있는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원제에서 나타나는 ‘직관(insights)’이다.
 저자는 상식적인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해내고 그것을 발전시켜 정립하는 천재성의 가장 첫번째 단계로 직관을 말한다. 무중력 상태가 불가능하던 시대에 갈릴레오는 무중력 상태에서의 자유낙하를 생각했고 사고실험을 수행해 그것을 입증했다.
 아인슈타인은 ‘과학 이론은 우리의 직관을 경험의 범위 밖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시각성이다. 과학이나 예술은 ‘아인슈타인이 상상했던 빛의 속도를 따라가는 관찰자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추측한다. 이것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감각 너머의 것을 시각화할 수 있는 시각성이다.
 저자는 이것의 예로 푸엥카레와 아인슈타인의 흥미로운 비교를 한다. 훌륭한 직관과 연구 능력을 소유한 두 사람이 같은 실험을 수행했고 같은 수학공식에 도달했으나 특수 상대성이론을 완성한 것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에 비해 배경적으로 오히려 우세했던 푸엥카레에게 부족했던 것은 아인슈타인이 가졌던 시각적 이미지였다. 아인슈타인은 시각적 이미지로 현상을 볼 수 있었고 그 때문에 이론의 정립이 가능했다. 이것을 통해 창조성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와 주변의 복잡한 문제를 구분하고 본질에 접근하는 능력 등도 필수적인 것으로 언급한다.
 천재성에 대한 열망은 모든 이들의 공통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을 천재가 지니는 비밀스러운 무엇을 다루기보다는 물리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의 발달과정을 저자의 관점에서 풀이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저자의 독단적인 생각이 군데군데 보이지만 울창한 숲을 색다른 방향에서 보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연세대 강문기 교수 mkang@yonsei.ac.kr>  

○ 신문게재일자 : 2001/12/01
○ 입력시간 : 2001/11/29 13: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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